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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저모

<객원칼럼>미술품 양도소득세가 간과한 것

<객원칼럼>미술품 양도소득세가 간과한 것


미술품 양도세 시행되면

걸음마 미술시장에 타격

세수확보도 30억선 그쳐

기반 잡힐때까지 연기해야



미술품 양도세 시행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미술품 양도세의 골자는 ‘작고한 작가의 6000만원 이상 미술품 거래에 대해 매매차익의 20%를 과세한다’는 것이다. 과세 근거는 간단하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과세형평의 원칙이다. 맞는 말이다. 소득이 생기면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좀 다른 시각과 접근 또한 필요하다. 예술품에 대한 과세이니 말이다.

정부가 미술품 양도세를 시행할 경우 과연 세수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까. 관련 전문가들이 국내 미술시장 거래규모 등을 토대로 예측한 결과, 연간 25억~30억원대로 파악됐다. 이는 미술품 거래현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경매사 실적을 참고하면 확인된다. 국내 1위의 미술품경매사인 서울옥션의 올상반기 낙찰작(646점) 중 양도세 대상작은 불과 4%(29점)에 그치고 있다. 미술품경매 양대 산맥인 서울옥션과 K옥션의 고객이래야 양사를 합쳐 1000여명을 넘지 않는다. 시장기반이 열악하기 짝이 없는 것. 더구나 개인 컬렉터의 비중이 88%에 이를 정도로 기업, 기관의 구매는 거의 없다. 대부분 그림이 좋아 다른 지출은 삼가는 열혈(?) 애호가인 것이다.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양도세 부과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 시장이 성숙되면 내야 할 세금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올 상반기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미술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은 2008년 들어 2007년에 비해 35.8% 감소, 2009년은 2008년 대비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최근의 미술시장은 반짝 호황을 이뤘던 2006~2007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미술계는 과세에 앞서 ‘안정적인 조세 확보’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미술시장 인프라 구축을 먼저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술가들과 화랑들이 ‘미술품 양도세 시행 연기’를 한목소리로 호소하는 것은 단순히 이기적 계산에서가 아니라, ‘제발 세금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든지, 아니면 시장이 클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절박한 호소인 것이다. 전체 규모가 연간 4000억원에도 못 미쳐 두부 한 품목보다 적은 상황에서 양도세라는 칼날부터 갖다 대서야 되겠느냐는 주장인 것이다.

과세당국은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술품 감상과 수집이 일상화된 문화선진국들과는 달리 우리는 아직도 미술품 구입이 ‘남의 일’인 실정이다. 또 스위스,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은 미술품에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 미술시장은 양도세 문제가 발등에 떨어져 갤러리는 개점휴업 상태이며, 작가들은 대작(大作)은 전혀 팔리지 않는다고 울상이다. 이래서야 세계 미술계에 내놓을 만한 기념비적인 역작이 나오겠는가.

상식적으로도 25억~30여억원의 세수를 걷기 위해 시장 자체를 얼어붙게 해선 곤란한 일이다.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국가가, 국립미술관에 피카소의 유화 한 점 없는 상황에서 세금부터 거두려는 것은 앞뒤가 맞아도 한참 맞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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