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아트피아 장기영 초대전
대구신문 기사
http://www.idaegu.co.kr/news.php?code=cu&mode=view&num=183060
극사실주의 화가 장기영 초대전…13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전시작 ‘Fragrance-Richness’ |
장기영의 개인전이 13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전관에서 열리고 있다. |
태초의 그림은 사실 묘사가 목적이었다. 사진의 기능을 그림에서 찾은 것이다. 화가의 감정보다 사실성이 우선됐다. 하지만 사진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사실성보다 화가의 감성이 우선시 된 것. 화면구성이나 색, 표현방법 등의 훨씬 다양해진 방법들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부각하기 시작했다.
서양화가 장기영은 사실주의도 모자라 극사실주의를 추구한다. 꽃수술의 털 끝 하나, 과일 속 당도의 밀도까지 시각적으로 펼쳐낸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통념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극사실주의 와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 극사실주의에 주관적인 감정과 반응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
그는 시각적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 시각도 모자라 오감 모두를 자극하고, 내친 김에 순환 반복하는 우주의 원리까지 그림에 투영한다. 극사실주의와 표현주의 양단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 ‘감각의 향연’인 전시 제목은 그의 예술적 태도의 반영이다.
탁월한 묘사력을 인정받고 있는 극사실주의 작가 장기영의 초대전이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전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작과 근작, 대작과 소품 등의 다양한 작품 40여점을 걸었다.
전시를 앞둔 7일 만난 작가는 “10여년만의 대규모 대구 전시다. 극사실주의에 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함께 담겨 있다”며 “작가 생활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변화한 화풍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작가를 구분 짓는 사조는 극사실주의다. 하지만 그는 접근법에서 사진 이전의 사실주의와는 분류를 달리한다. 사진을 찍고 인화해 아예 그것을 대놓고 그림으로 옮긴다. “예술가는 대상과 사물의 고유성을 시각언어를 통해 보여주며, 대중과의 소통의 거리를 좁히는데 있습니다. 저는 그 점에 충실한 예술을 하고 싶었어요.”
사진을 대놓고 복제하는 듯한 그의 극사실주의적 태도는 사진을 찍고 인화한 후에 펼쳐지는 상황이다. 그가 자신의 철학이나 메시지를 담아내는 과정은 사진 작업 이전에 진행된다. 사진 찍기 전에 철저하게 의식적인 설정 과정을 거치며 독자적 표식 심기를 시도하는 것. 사진 찍기 전의 소재 선택과 소재간의 관계 맺기, 여기에 사진 촬영 이후 포토샵 등의 기술적인 인위 작업 등이 그것이다.
“화면을 구성하고 연출하는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고 있어요. 그 안에 제 가치관이나 철학, 메시지 등이 담기죠.”
장기영은 ‘자연-향기’, ‘향기-투영’, ‘향기-풍요’ 시리즈 등의 과정을 거치며 변화했다. 소재는 꽃에서 과일, 하늘에서 꽃을 담는 기물 등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전하려는 메시지는 일관되게 유지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저는 여기서 어미와 자식의 관계를 보기도 하고, 순환하는 자연의 이치를 보기도 합니다. 자연 속에서 인간을 보고,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것이죠. 극사실주의에 관념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할까요? 저는 그림을 통해 제 이야기를 합니다.”
이번 전시에는 극사실주의에 드로잉이 추가된 ‘꿈-행복’ 시리즈를 소품으로 내놓고 있다. 꿈을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동심 가득했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환기하는 작품들이다. 그는 “관람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집에서 꿈을 환기할 수 있도록 시도한 작품”이라고 했다.
2000년 고금미술연구회에서 수상하며 화려하게 미술계에 입문한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만날 수 있는 전시는 13일까지. 053)668-156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